<건축 학생 사회의 모방과 표절에 대하여>
표절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개념이다. 근원은 알 수 없지만 어디서 본 것 같은 작업부터 특정 건물이 계속 연상되는 작업들까지. 아무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지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단어, “표절“. 이 글을 통해 건축에서의 표절과 모방, 학생 사회에서 표절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모종의 의문들을 던져 보려고 한다.

시대에 따라 변화한 예술작품의 오리지널리티
산업 기술과 이를 뒷받침한 저작권 개념의 창발은 과연 오리지널한 것이 존재하는지, 오리지널리티에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지, 부여한다면 어때야 하는 지와 같은 의문이 들던 시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시대를 규정하고 그 시대의 오리지널리티를 주장한 벤야민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 작품”(1893)에서 수많은 복제품을 만들어 낼수 있는 기술 수준의 시대에 도래 했더라도, 복제품들은 그 시대와 장소 속에서 갖는 유일무이한 현존성이 존재하지 않기 때 문에 복제품에는 오리지널리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것이 오리지널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증언 또한 오리지널리티의 필요조건이라는 것이다.

예술 작품의 디지털 유통이 가능해지며, 앞선 현상들은 더욱 부각되었다. 포스트모더니티를 주장하는 프레드릭 제임슨은 “포스트모더니즘과 소비사회(1982)“에서 “혼성모방(Pastiche)”에 대해서 말한다. 혼성모방이란 쉽게 말해서, 미술에서 다른 화가의 여러 작품에서 부분적인 모티브들을 인용하여 재조합해 마치 하나의 독립된 독창적인 작품과 같이 만드는 기법을 뜻한다. 여기에서 긍정하고 싶은 것은 표절이 아니라, 인용을 통해 또 다시 부각되는, 반모더니티로서의 독창성일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문화현상에 발맞추어 탄생한 미적개념이다.
모방은 나쁠까? 건축에서의 사례
모방이 창작의 산물이자 어머니라는 익숙한 격언은 역사적인 창작자들이 공통으로 주장했던 사실임이 틀림없다. 워홀 피카소 등등…

건축에는 없을까? 얼마 전 서리풀 수장고 계획안을 발표한 MVRDV의 위니마스가 쓴 “Copy Paste The Badass Architectural Copy Guide“는 모방의 역사에 집중하며 모방이 오리지널보다 더욱 오리지널한 것일 수 있다는 도발적인 메니페스토를 제기한다. Copy Paste문화는 모더니즘 건축 이전까지 당연히 여겨져 왔던 것이며, 이 문화의 사라짐은 20세기 건축사가 남긴 비극이라고까지 평한다. Copy Paste는 표절과 전혀 다른 개념이다. 오히려 레퍼런싱에 가까운데, 그가 말미에 주장하는 독창적인 것이란 그것의 ‘복제 가능성’과 그 복제물들의 가치에 따라 결정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표절과 그 윤리적 실천
표절은 저작권 침해와 다른 개념이다. 표절은 저작권 침해와 같이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 얼마 전 카페 철거 사례와 같이, 법이라는 비교적 객관적이고 명시적인 기준을 통해 처벌하는 것은 학생 사회 내부에서 발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개개인의 표절윤리의식이 함양되어 무의식적, 의식적 표절에 대해서 스스로가 비판적이어야 한다. 어떤 개념에도 구속되지 않는 “선례”를 만들거나( 임마누엘 칸트, 판단력 비판, 1790), “일회적 현존성”을 지닌 오리지널함을 만드는 것(발터 벤야민, 기술복제시대의 예술 작품, 1893)은 물론 어려울 수 있지만, 그것을 지향하는 태도를 지닌 좋은 작업들을 많이 보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긍정적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 태도는 분명 작업물에서 드러나는 것이며, 모든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창작”에 가까운 작업을 매 학기 생산해야 하는 우리 건축학도들에게 어떠한 자세가 필요한 것일까? 표절을 하지 않기 위해 어떠한 작업도 참조해서는 안 된다고 감히 누가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카데미 내에서의 ‘창작’ 뒷 편에 숨겨진 목적인 ‘학습’을 못하기에, 그다지 권장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칸트와 벤야민의 이상을 지향하며, 16주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 작업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남의 것과 유사해지는 나의 작업을 보고, 최소 언짢음을 느낄 수는 없는 것일까? 그런 불쾌함을 느끼지는 않더라도, 최소 나의 작업이 표절일 수도 있겠다는 불확실하고 불분명한 잣대를 스스로에게 들이미는 반성적 태도는 함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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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편집
학생 기고문 Student Contribution
임재범 Jae.B Lim